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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관점에서 알아보는 영화 마더의 연출과 의미

by 윤초초 2024. 7. 25.

영화 마더 리뷰와 심층분석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마더'에는 짙은 어둠과 냉소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장센, 몽타주, 사회적 메세지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미장센이란 무대나 화면을 채우고 있는 모든 요소를 총칭하는 용어다. 이때 영화에서 첫번째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화면 비율이다. 영화 마더의 화면 비율은 2.39:1의 와이드 스크린 비율이다. 대부분의 영화가 1.85:1 비율을 사용하고,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와이드 스크린을 주로 사용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다소 의아하긴 하다.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은 왜 액션이 화려하지도 않은 와이드 스크린으로 촬영했을까? 영화의 미장센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미장센 : 화면비율과 프레임의 중첩

봉준호 감독은 와이드 스크린에 대한 통념을 이 영화에서 뒤집어 사용한다. 그는 이 화면에서 액션과 폭발이 난무하는 역동성 대신 꽉 찬 미장센을 정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심리적 압박감을 표출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잘 느낄수 있는 부분이 바로 '장례식장' 씬이다. 영화 속 화면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수 많은 사람들이 와이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사람들의 동작은 매우 정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숨이 턱턱 막히는듯한 답답함을 준다. 그곳에 마더는 홀로 다른 색 옷을 입고 있는데, 이런 색채 활용을 통해 인물의 고립과 단절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와이드 앵글은 여백을 활용한 연출을 하기에도 좋다. 이 영화에서는 익스트림 롱쇼 촬영 기법으로 극단적인 여백을 사용하여 인물이 느끼는 쓸쓸함과 존재의 나약함을 나타낸다.

 

또한 영화 마더에는 시각 프레임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물을 몇 겹에 걸쳐 보여주면서 어딘가에 속박되어 있는듯한 답답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런 프레이밍은 다양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심지어 집에서 밥 먹는 장면조차도 프레임의 중첩을 통해 인물들의 삶이 속박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 프레이밍의 중첩이 매우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바로 '면회실' 장면이다. 이곳에서 무한대로 반복되는 사각형은 도준과 마더에게 각각 1번씩 나온다. 도준의 경우 수감 중인 상황이기에 그 답답함을 강조하려는 미장센으로 보여진다. 반면, 마더의 경우 육체는 자유롭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마음 속 죄책감을 프레임의 중첩을 통해 시각화한듯 하다. 이때 도준보다 마더의 장면에서 프레임의 중첩이 더 강조된 것을 볼수 있고, 이는 육체적 감금보다 정신적 죄책감이 더 큰 속박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여진다.

 

몽타주 : 섹슈얼리티와 프로이트적 상징

영화에서 '몽타주'란 따로 촬영된 화면을 떼어 붙이면서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을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감독은 본인의 의도와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러한 몽타주를 활용하는데, 마더에서 역시 이러한 부분들이 많이 돋보인다. 영화 속 공간은 섹슈얼리티로 가득 채워져있다. 마을 속 거의 모든 남자들은 고등학생인 아정의 성을 착취하고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생마저 아정을 쌀떡소녀라고 부를만큼 마을은 타락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도준 역시 여자를 찾아 주변을 헤매는데 이후 술집 사장이 민하의 짧은 치마를 걷어올리는 장면이 연달아 이어진다. 이렇게 온 마을에 성적인 요소가 가득해도 도준과 마더의 성욕은 해소되지 못하는데 특히 마더의 섹슈얼리티는 이미지 배열을 통해 나타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통해 성적인 요소에 대한 몇 가지 상징들을 나열했다. 길쭉한 물건들은 모두 다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하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동과 온몸이 물에 젖는 이미지는 성행위를 상징한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마더는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이때 그녀의 손에는 몽키스패너나 우산과 같은 길쭉한 물건들이 쥐어져있다. 특히 고물상 노인을 찾아가는 씬에서의 몽타주가 흥미롭다. 고물상에 들어간 마더는 노인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때 화면은 노인의 얼굴이 아닌 골반을 비춘다. 거듭해서 교차되는 마더의 얼굴과 남성의 골반 이미지. 이렇듯 감독이 의도한 몽타주 기법은 직접적으로 어떤 의도나 메세지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지의 배열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에 특정한 내용이나 감정을 연상시키게 한다. 봉준호 감독 역시 억눌린 성에 대한 내용을 노골적인 대사로 표현하기보다는 몽타주 기법을 활용하여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감독의 시선 : 약자가 최약체를 약탈하는 사회

봉준호 감독의 영화 속 약자들은 상류층과 절대 싸우지 않는다. 싸우는 척할 뿐 결국 모든 내용은 약자가 최약자를 약탈하는 방식으로 귀결된다. 마더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초반 골프장에서 대학 교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얼핏보면 이건 상류층과 하층민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자동차 백미러 보상금 얘기가 나오자마자 진태가 도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죄 뒤집어 씌우기는 영화 후반부에 도준이 종팔에게 행하면서 또다시 반복된다. 진태라는 약자가 도준이라는 최약체에게 죄를 전가하는데 도준이 자기보다 더 약한 종팔에게 또 죄를 전가하면서 부패한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마더 한 사람만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임을 영화 엔딩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이때 마더는 홀로 광기어린 춤을 추지만, 영화 엔딩에서는 다 같이 섞여 춤을 추는 장면으로 귀결된다. 역광에 의해 모두 다 시커먼 형상이 되어 엉겨붙는 장면은 각 인물들의 공범의식과 함께 강렬한 메세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