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 개봉한 <나 홀로 집에>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오늘날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영화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익살맞은 연기와 다채로운 크리스마스 풍경, 아름다운 연기가 특히 눈에 띈다. 더불어 침입자와 홀로 맞서는 어린이 케빈의 활약을 유머 있게 강조하는 촬영 기법 또한 고유의 특징으로 평가되며 영화를 빛나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에서 활용된 촬영기법을 통해 작고 연약해 보였던 케빈이 도둑들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갖게 되는지, 그 과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앵글에 따른 시선효과
카메라를 이용할 때 어떤 각도에서 촬영하느냐에 따라 등장인물에 대한 관객의 인식도 크게 달라진다. 카메라가 피사체를 올려다보며 촬영하면 로우 앵글샷이 된다. 로우 앵글샷의 특징은 관객에게 피사체를 올려다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을 강조하거나, 악당의 위압적인 면을 보여줄 때 쓰기에 좋다. 반대로 하이 앵글샷을 이용하면 관객의 입장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약해 보이거나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보이게 하기 적합하다.
전체 줄거리 소개
자세히 설명하기에 앞서 나 홀로 집에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파이에서 보내기로 한 가족들은 여행 준비로 분주하다. 집안의 막내이자 구박덩어리인 케빈은 그날 밤 억울하게 벌을 받고 가족들이 모두 사라지면 좋겠다는 소원을 빈다. 다음 날 홀로 집에 남게 된 케빈은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신나게 노는 것도 잠시, 케빈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틈타 빈집털이에 나선 두 도둑이 자신의 집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둑들이 집을 습격하기로 마음먹은 날 밤 케빈은 자신이 집을 지키겠다고 소리 내어 다짐한다.
영화의 흐름과 앵글분석
나 홀로 집에서는 로우 앵글과 하이 앵글을 창의적으로 조합해 사용하여 홀로 남은 케빈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 케빈이 도둑들을 퇴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 몽타주로 표현되는데 이때 카메라는 여러 번에 걸쳐 케빈의 모습을 로우 앵글로 보여준다. 이는 도둑들의 침입을 방어하면서도 공격할 계획을 세우는 케빈이 강력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반면 케빈의 함정에 걸려들면서도 계속 집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는 도둑들은 하이 앵글을 통해 보인다. 이는 케빈의 덫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속수무책 당하는 도둑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랬던 양측 관계는 조금씩 변화하며 영화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케빈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때 영화는 하이 앵글샷을 이용해 케빈을 비춤으로써 우세하지 않은 케빈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는 케빈과 도둑들 간의 대결구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 사이의 우위를 앵글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궁지에 몰린 케빈을 바라보는 도둑들을 극단적인 로우 앵글로 보여주거나, 케빈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등장인물들의 앵글이 똑같아지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는 관객의 시선에서 둘의 입장에 몰입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그동안 가족들에게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케빈이 홀로 도둑들과 대치하며 어려운 상황을 컨트롤하는 장면은 로우 앵글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비친다. 영화 초반에 어른들과 함께 있는 케빈의 모습이 주로 하이 앵글로, 케빈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로우 앵글로 비쳤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한 후 영화 후반에서의 케빈은 어른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누며 여기서는 로우 앵글, 하이 앵글이 연출되지 않는다.
나 홀로 집에는 대부분의 케빈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촬영감독인 훌리오 매컷은 카메라의 높이를 평소 높이보다 낮추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촬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와이드샷을 여러 번 넣어 드넓은 풍경 속에 홀로 남겨진 케빈을 강조했다고 한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화면 속에서도 하찮게 보이던 작은 주인공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 주도권을 갖게 된 모습은 이러한 촬영 연출로 더욱 돋보였다. 이후 어른과 동등한 입장에 서게 된 케빈의 결말 모습은 전체 영화 줄거리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흥미로운 연출이었다.